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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렁증` 극복하고 `1등 MC` 된 유재석

작성일 :  2010-07-07 10:56

작성자 : brand38

2009.09.15 조선일보


개그맨 김영철과 서일호 기자의 스타 메신저

일호: 요즘처럼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모든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은 유재석의 생명력은 참 대단한 것 같아.

영철: ‘MC유’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리는 형이죠. 저랑은 같은 소속사이고 같은 방송국인 KBS의 개그맨 선배님이에요.

일호: 두 사람만의 에피소드는 없니?

영철: 형이 결혼도 했고 스케쥴도 바빠서 자주는 못 보고 통화만 가끔 해요. 그런데 명절 때는 꼭 형이 먼저 전화해요.

일호: 뭐라고 그래?

영철: 넌 뭔데 나한테 전화 안 하냐고요. 그럼 저는 “형이 바쁘고 워낙 전화 오는 데가 많을까봐 일부러 전화 안 했어”라고 하죠. 그러면 형은 “후배 중에 유일하게 너한테만 전화 안왔어”라고 놀려요.

일호: 그래도 정말 잘 챙긴다.

영철: 그리고 혜련이 누나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였어요. 재석이 형이 저랑 같이 보러 가자고 했어요. 형이 내 차 가지고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죠. 차를 가지고 갔는데 집 앞에서 만났는데 둘이 웃다가 쓰러졌어요. SBS ‘X맨’ 단체 티셔츠 중에 흰색 무늬에 빨간 라인으로 된 것이 있었는데, 형과 제가 그걸 똑같이 입은 거예요. 완전 커플티 같아 현관에서 둘이 너무 웃었어요. 형이 옷 갈아입는다고 집에 함께 들어가서 구경도 잘 했죠.

일호: 아무튼 어려운 시대일수록 최고 인기 개그맨은 여파를 덜 받는 편일 수도 있어. 최근 공중파 3사 드라마국장들은 탤런트 출연료는 회당 1500만원 이하로 상한선을 정했잖아. 그런데 개그맨들의 출연료는 회당 1000만원에 가까운 데다가 유재석, 강호동과 같은 경우 4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1년에 20억에 가까운 수입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와. 물론 유재석도 요즘 같은 개편 철에는 매우 불안하다고 했지만 말이야. 찍었는데 방송 안 나간 프로그램도 있고 언제 잘릴 지 모르며 퇴직금도 없다는 거지.

영철: 1등의 고민이라 참 부럽기도 하지만, 형도 얼마나 긴장 될까요? 매 순간, 매 개편마다 말이에요. 형은 유재석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일호: 배려인 것 같아. 유재석은 배려형 MC라고들 하지. ‘유재석처럼 말하고 강호동처럼 행동하라’(서병기 지음)라는 책을 보면 유재석의 리더십을 ‘수평적 리더십’이라고 했어. 1인자이지만 수평적 캐릭터라는 거지. 유재석은 메인MC지만 항상 게스트와 함께 어울려. 그냥 형식적으로 어울리는 게 아니라 게스트와 똑같은 수준에서 놀지. 웃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권위를 무너뜨려야 하지.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2가지 유형이 있어. 남을 무너뜨리는 유형과 자신을 무너뜨리는 유형이야. 유재석은 경쟁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까지 안타까워해. 6개월 뒤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거지.

영철: 우리 누나는 ‘착한 여우’ ‘겸손한 여우’라고 했어요. 참 완벽하죠. 저도 남을 띄워주면서 나도 뜨고 싶은데, 그건 굉장히 어려워요. 또 얼마 전 김생민씨 집들이에 저랑 송은이 누나와 김숙, 왕비호, 정경미씨가 갔어요. 그때 왕비호는 “해피투게더에 나가는데, 유재석 형은 흠 잡을 게 없다는 거야. 그러자 송은이 누나가 “유재석, 그 씹을 거 없는 애 하면 되겠네”라고 하는 거예요. 우리 다 쓰러졌잖아요.

일호: 알다시피 유재석은 무명시절이 길어서 더욱 단단해진 것 같아. 유재석은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장려상)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어. 9년이나 무명이었지. 유재석은 ‘연예가 중계’ 리포터 시절, 말을 더듬는 실수를 자주 했지. 초기에는 카메라 울렁증도 있고, 무대 공포증까지 있었다고 했어. 요즘에도 촬영 전날에는 늘 잠을 못 자고 고민한다고 들었어. 또 유재석은 개인기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해줬지.

영철: 전 굴욕 마일리지가 많은 사람일수록 좋은 거 같아요. 영어건 방송이건 많이 깨지고 울렁증 많았던 사람이 좋아요. 재석이 형은 거기에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인성까지 바쳐주니, 원.

일호: 호텔 지배인도 바닥청소부터 올라간 사람과 고등교육만 받고 정점에 오른 사람의 리더십과 세부사항 챙기는 건 다른 거지.

영철: 개인기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재석이 형은 저에게도 개인기를 아껴가면서 하라고 했어요. 하춘화 흉내 너무 많이 낸다고 유일하게 야단치고 잡아줬죠. 또 재석이 형이 제가 영어공부 하는 모습을 보더니 하루는 “영철아 너 아직도 영어학원 다닌다며? 그런데 영철아 미안한데 영어도 좋지만 서울말을 먼저 배워보는 건 어때?”라고 해서 다들 뒤집어졌죠. 다른 방송에서는 제가 노래를 하니깐 “영철아 음반 내려고? 영철아 이젠 영어만 해. 내가 네 영어 하는 건 이젠 인정한다”라고 하는 거 있죠? 형이 그래도 절 살짝 인정한 것 같아 좋아요.

일호: 아무튼 브랜드컨설팅 전문업체 브랜드 38연구소는 최근 서울, 경기 지역 15세 이상 남녀 1448명을 대상으로 ‘시청자들이 TV광고모델로 가장 선호하는 스타’를 조사한 결과 유재석이 23%로 1위에 올랐다고 해. 상반기 5위였던 이효리는 16.4%로 2위에 올랐고 김태희(14.3%), 조인성(12.6%), 장동건(12.4%)이 그 뒤를 이었지. 유재석은 사회봉사도 잘하는 거 같아. 8년간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남모르게 기부해온 사실이 밝혀져 훈훈한 감동을 줬지. 문근영처럼 말이야. 최근에는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2008 꿈을 담은 모금함 무지개 상자 캠페인’(저금통을 모아 이웃에 나누는 것) 포스터 촬영을 했어. 여기에는 유재석 뿐만 아니라 박명수, 박경림, 김성은, 최은경 아나운서, 만화가 허영만씨 등이 개런티를 받지 않고 동참했지.

영철: 재석이 형처럼 존경할 수 있는 선배가 있는 게 참 뿌듯해요. 하루는 재석이 형이 “너도 잘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하지 말라”고 그러시면서 “너는 나처럼 되고 싶어서 안달하겠지만 저 밑에 있는 후배들은 지금 영철이 너처럼 되고 싶어해”라면서 복돋워주더군요. 그러면서 “영철아 열심히 한다는 건 이 바닥에선 기본이니깐 어디 가서 열심히 한다고 자랑하지는 마.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하니깐”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일호: 결혼하고도 조용히 잘 살고 있는데 영철이도 결혼식에 갔었지?

영철: 이홍렬 선배님 모시고 같었죠. 제가 그날 어르신들 다 모셨어요. 우리 테이블에 임하룡, 이홍렬, 박미선, 홍록기 선배님이 다 있었어요. 이홍렬 선배님은 저 같은 애가 없다고 하셨어요. 위 아래를 아우르는 유일한 후배라고 칭찬해 주셨죠. 많은 애들이 나이든 선배들을 피한다면서 말이에요. 아무튼 선배 잘 모셔서 손해 보는 건 없는 같아요.

일호: 맞아. 오늘도 방송 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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